칼럼

붙잡음과 채움의 영성

임헌준 2015. 12. 16. 12:28

붙잡음과 채움의 영성

 

임헌준(아산 예은교회 목사, Ph.D)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에도 내려놓음’, ‘비움등을 기독교 영성의 한 가지로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과연 그럴까? 세상은 내려놓고 그 상태로 있거나 내려놓은 다음에 다른 걸 취하고, 비우고 그 상태로 있거나 비운 다음에 다른 것으로 채우지만, 기독교는 그렇지 않다.

 

기독교 영성은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내 안에 모셔드림으로써 내게서 어둠이 사라지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붙잡으므로 세상을 놓게 되고, 예수 그리스도로 채움으로써 세상이 비워지는 것이다. 어둠을 내보낸 다음 빛이 비치는 것이 아니고, 빛이 비치면 어둠이 물러가는 이치이다.

 

주님께로 나아가면 주님이 주시는 쉼을 얻게 되고, 주님을 따르며 자기 십자가를 지면 자기 부인도 이루어진다. 별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빛이 비치매 어둠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렇게 이루어진다. 기독교 영성은 '내려놓음과 붙잡음의 영성'이 아니고 '붙잡음'의 영성이며, '비움과 채움의 영성'이 아니라' 채움의 영성'이다. 기독교 영성을 내려놓음이나 비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거나 표현을 적합하지 않게 한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한 예를 들어, 지금 걱정거리가 있는데 그것을 내려놓은 다음에 삼위일체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로 채우는가? 아니면 삼위일체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 생각하면서 걱정거리에서 벗어나게 되고 나아가 온전히 주님 안에서 충만하게 되는가?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41:10)는 말씀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자. 두려움을 내려놓은 다음에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심을 생각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심을 기억하므로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놀람을 진정시킨 다음에 여호와 하나님께서 나의 하나님이심을 생각하는 게 아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나의 하나님이심을 기억하므로 놀라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당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는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을 믿으므로 두려워하지 않고 놀라지 않고 담대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다"(2:6-7) 라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하나님과 동등한 상태로 머물러 있기를 주장하지 아니하시고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다는 것이다.

 

바울 사도가 나는 날마다 죽는다”(고전 15:31)라고 하는 것은 그가 날마다 자신을 앞세우지 아니하고 삼위일체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를 앞세운다는 것이다.

 

기독교 영성은 붙잡음과 채움의 영성이다. 자신의 심령을 삼위일체 하나님의 빛을 붙잡고 그 빛으로 채우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빛을 붙잡고 그 빛으로 채우는 것이다. 내려놓고 비운 다음에 붙잡고 채우는 것이 아니고, 삼위일체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를 붙잡고 그것으로 가득 채워서 다른 것들이 끼어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를 고집하지 아니하고, 온전히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것이다.

 

우리가 삼위일체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를 붙잡고 우리의 심령을 그것으로 채우게 되면, 우리에게서 삼위일체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가 나타나고 자신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자기 부정이고, 자기가 죽는 것이고, 여기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는 힘이 나온다.

 

(크리스챤신문, 2015.12.14. 크리스챤논단)

http://www.christianwr.com/news/articleView.html?idxno=4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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